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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을 위한 기록

류성룡 징비(임진왜란 당시 유성룡의 활약) - 박기현

선조는 도성을 버리고 나오면서부터 사람이 달라져 있었다. 그는 원래 권위와 체통으로 똘똘 뭉쳐 있던 고지식한 왕이었다. 하지만 어느새 체통마저 잃어버리고 국가나 백성은 망각한 채 자신의 안위부터 챙기는 못난 모습을 보이는 속인이 되어 있었다. 그저 일신을 명나라에 기댈 생각만 하고 다른 판단은 모두 유보해놓고 있었다.

류성룡은 당시 조선의 방어체제가 왜적의 대규모 침입을 막기에는 크게 부족한 상황임을 깨닫고 개선을 요구했다. 첫째, 류성룡은 선조에게 하루 빨리 방어체제를 진관체제로 변환할 것을 청했다. 둘째, 경상도의 우병사를 나이가 많은 조대곤에서 젊은 용장인 이일로 교체할 것을 건의했다. 왜적이 쳐들어오면 경상도 지역을 거칠 게 뻔하니 용맹한 젊은 장수를 임명하자는 것이었다. 셋째, 각 지역의 성곽 수리를 비롯해 무기 상태를 검열하도록 건의했다.

류성룡의 전란 대비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성룡은 좌절하지 않았다. 그는 왜란에 대비하기 위한 각종 방책을 세우는 한편, 전라 좌수사 이순신에게 해전에서 참고해야 할 병법서인 <<증손전수방략>>을 지어 내려 보내기도 한다. 이순신은 이걸 받아보고 "이것을 보니 수전과 육전에서 어떻게 화력을 사용하며 적을 치느냐 하는 것이 하나하나 잘 기술되어 있으니 참으로 만고에 기이한 병법이다"라며 기뻐했다.

명나라 제독 이여송이 4만 3000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2차 원병에 나와준 것이다. 그날 저물녁에 류성룡이 이여송에게 군무를 위한 회담을 요청했다.동헌에 앉자마자 류성룡은 미리 준비한 지도를 소매 속에서 꺼내 탁자 위에 펴놓고 평양의 지세와 군대가 들어갈 수 있는 길을 가리켜 보이면서 전략적 목표에 대해 아주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이여송은 귀담아 듣고는 류성룡에게 감사 인사를 하며 전쟁의 승리를 다짐했다.1593년 1월 6일 드디어 조선의 관군과 승군, 명군의 연합군이 평양성을 공격했다. 조선에는 김명원과 순변사 이일이 이끄는 1만 명의 합동군이 참전했고, 승병도 나섰다. 그리고 남북에서 명군과 조선군이 합동 공략을 시작해 3일 만에 평양을 수복하는 데 성공한다.

명군은 말에게도 먹이지 않는 겉벼를 류성룡은 백성들에게 나눠주어 일단 굶어죽는 것만이라도 막아보려고 애쓴 것이다. 그의 표현 가운데 '민생이 길바닥에 고인 물에 있는 물고기 같았다'라는 구절이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손바닥 깊이도 안 되는 길바닥의 얕은 물 웅덩이에서 펄떡이며 죽어가는 물고기에 빗대어 표현한 것으로 당시 조선 민중의 모습이 얼마나 처참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서울이 회복되었다. 명나라 병사가 성에서 들어오고 이여성 제독은 소공주댁을 관사로 했다. 왜적은 이미 하루 전에 성을 나갔다. 내가 명군을 따라 성에 들어가 안을 둘러보니까 유민들은 백에 한 명도 생존해 있지 않고 남은 사람도 모두 굶주려 피골이 상접하고 피로에 지쳐 얼굴 색이 귀신 같았다. 때마침 햇ㅅ살이 매우 뜨거웠다. 여기저기 널린 죽은 사람과 죽은 말에서 나는 심한 악취가 성 안에 가득 차서 지나가는 사람이 코를 잡고 다닐 상황이었다. 공사의 건물이 모두 헐리고 왜적이 진을 쳤던 숭례문 동쪽부터 남산 기슭까지만 조금 남아 있을 뿐이었다

류성룡은 국사의 최고 책임자인 군주가 바르고 합리적이며 능력이 있어야 나라가 안정되고 백성이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군주는 스스로 노력하여 책을 읽고 학식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현명한 군주는 소인이나 간신배의 말에 넘어가서 일을 그르치게 된다고 본 것이다. 류성룡은 공정한 인사가 만사라고 보았다. 올바른 인재를 발탁해야 국가가 발전하고 성장한다고 본 것이다.

류성룡은 무엇보다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물이었다. 어릴 때부터 배워온 유학으로 그는 무엇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철학을 갖게 되었다.

류성룡은 퇴계 선생의 문하로 양심을 거울에 비춰 아니다 싶으면 스스로 고치고, 고치지 못하는 점을 애통해할 정도의 결벽한 모습을 보여왔다. 이런 못브은 퇴계 이황에게서 물려받은 것이었다. 류성룡은 사실 자신이 정치에 대해 충고하고 애쓰는 것이 자주 막히고 반대가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 몹시 걱정하면서도 늘 긍정적인 생각을 놓지 않으려고 애썼다. 정적들이 그를 규탄하고 비난할 때조차 그는 자신을 지키며 얼굴색을 바꾸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실제 그런 깨끗한 삶을 실천에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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