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는 사랑이라는 환상을 좇아
무너진 세상 안으로 들어왔는데,
그 목소리는 바람 속 순간에 불과하고(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겠고)
곧 절망스러운 선택만이 남는구나.
- 하트 크레인 <무너진 탑> 중에서
블랑시: 아, 네. 젊었을 때는 인기가 대단했어요. 하지만 지금 나를 봐요! 내가 한때는 매력적이었다는 게 믿어져요?
스탠리: 지금은 괜찮아 보여요
블랑시: 칭찬을 원했던 거예요 스탠리.
스탠리: 나는 그런 거 잘 못해요.
블랑시: 그런 게 뭐죠?
스탠리: 여자 외모를 두고 칭찬하는 거 말예요. 내가 만난 여자 중 말 안 해 줘도 자기가 잘났는지 못났는지 모르는 여자는 없었어요. 생긴 것보다 잘난 줄 아는 여자도 몇 있었지요. 전에 사귀었던 여자가 "나 섹시하죠, 나 섹시하죠!" 그러기에 말해줬죠. "그래서 어쩌라고?" 라고.
블랑시: 그 여자가 뭐라고 하던가요?
스탠리: 아무 말도 안합디다. 조개처럼 입을 꽉 다물더군요.
블랑시: 그렇게 연애는 끝났나요?
스탠리: 대화가 끝난 거죠. 그게 다예요. 어떤 남자들은 할리우드 육체파에 끌리지만 안 그런 남자도 있죠
유니시: (마침내) 무슨 일이죠? 길을 잃었나요?
블랑시: (약간 신경질적으로) 사람들이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가다가 묘지라는 전차로 갈아타서 여섯 블록이 지난 다음 극락이라는 곳에서내리라고 하더군요.
유니스: 여기가 거기예요.
블랑시: 극락이라고요?
유니스: 여기가 바로 극락이에요.
스텔라는 침실에 누워 있었다. 이른 아침 햇빛에 비친 그녀의 얼굴은 평화롭다 임신해서 약간 둥그스름한 배 위에 한 손이 올려져 있고 다른 손에는 컬러 만화책이 들려있다. 그녀의 눈과 입술에는 부처의 입술처럼 마약에 취한 듯한 평온함이 깃들어 있다.
블랑시: 네가 지금 말한 건 동물적인 욕망, 그냥 욕망일 뿐이야! 좁은 길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프렌치 쿼터 지역을 쿵쿵거리며 달리는 저 낡아 빠진 전차 이름말이야......
스텔라: 언니는 그 전차 한 번도 안 타 봤어?
블랑시: 그걸 타고 여기로 왔지. 나를 원하지도 않고, 지내기에도 창피한 이곳으로.....
스텔라: 언니의 그 오만한 태도가 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은 안 들어?
블랑시: 내가 잘난 척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느끼는 것도 아니야, 스텔라. 믿어 줘, 아니라고! 그냥 이런 거야 나는 이렇게 보는 거야. 그런 남자는 정신이 나갔을 때 한 번 이나 두 번, 세 번 정도 데이트나 할 상대지. 그런데 같이 산다고? 아이까지 갖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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