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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을 위한 기록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민음사 세계문학전집) - 치누아 아체베

북과 피리 소리가 고동치는 가운데, 관중은 숨을 죽였다. 아밀린제의 기술은 노련했지만, 오콩코는 물속의 고기처럼 미끈거렸다. 온 신경과 온 근육이 둘의 팔과 등과 허벅지에 솟아올라, 마치 끊어질 정도까지 늘어나는 소리를 정말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막판에 오콩코는 고양이를 내던졌다.

밤은 유난히 조용했다. 달빛이 비치는 밤을 빼면 마을은 항상 조용했다. 어둠은 사람들에게, 가장 용맹스러운 사람들에게도 막연한 두려움을 안겨주었다. 아이들은 사악한 귀신이 두려워 휘파람을 불지 못했다. 위험한 동물들은 어둠 속에서 더욱 사악하고 기이한 것이 되었다. 밤에는 '뱀'이라는 말을 입밖에 내지 않았다. 혹시 뱀이 들을 수도 있어서, 그냥 끈이라고 불렀다.

두 선수는 이제 거의 상대에게 서로 붙잡혀 있었다. 팔과 넓적다리와 등의 근육이 튀어나오고 실룩거렸다. 승부를 가릴 수 없이 대등한 판으로 보였다. 두 심판이 둘을 떼어 놓고자 앞으로 움직이는 순간 이케주에가 필사적으로 한쪽 무릎을 재빨리 굽히고 상대를 머리 위로 들어 올려 뒤로 제치려는 시도를 해봤다. 그것은 통탄스러운 오판이었다. 오카포가 아마디오라의 오른 다리를 번개같이 들어 머리를 짓눌러 버렸다. 관중이 우레와 같은 함성을 내뿜었다. 오카포의 응원단은 그의 발을 번쩍 들어 어깨에 태우고 집으로 향했다. 응원단은 그를 칭송하는 노래를 부르고 젊은 여자들은 손뼉을 쳤다.

그녀는 머리 가운데에서 정수리까지 가는 머리 장식을 하고 있었다. 피부엔 캠우드 향을 가볍게 바르고, 온몸엔 울리 염료로 검은 문신을 새겼다. 목에 건 고리 모양의 검정색 목걸이는 풍성하고 탄력 있는 가슴 바로 위까지 흘러 내렸다. 팔에는 빨갛고 노란 팔찌를 차고, 허리엔 구슬 허리띠인 지기다를 네다섯 줄로 차고 있었다.

오콩코는 살아 잇는 위대한 씨름꾼이자 전사였다. 원을 한 바퀴 돈 다음 이들이 원의 중앙에 자리를 잡자 여자 아이들이 나와 춤을 췄다. 처음엔 신부가 함께하지 않았다. 드디어 신부가 오른손에 수탉을 들고 나왔다. 그러지 모인 사람들의 환호성이 높이 올랐다. 춤을 추던 모든 여자들이 신부에게 길을 내줬다. 신부는 수탉을 악사들에게 건네고는 춤을 추기 시작했다. 신부가 춤을 추자 놋쇠 발목 장식이 짤랑거렸고 몸은 엷은 노란 불빛 속에 문신과 함께 빛났다. 나무와 진흙 그리고 악사들이 금속 악기로 연이어 노래를 연주했다. 모두들 즐거웠다. 그들은 마을의 가장 최근 노래를 불렀다.

우루무는 몇 해 전에 백인들이 처음 도착해 그들의 종교와 무역 그리고 정부의 주요 시설을 세운 곳이었다. 이 전령들은 우무오피아에서 증오의 대상이었는데, 그 이유는 이들이 낯설고 거만한 데다가 횡포를 부렸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코트마라 불렸으며, 잿빛 반바지 차림 때문에 재 엉덩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들이 경비를 서는 감옥에는 백인의 법을 어긴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 죄수들 가운데 일부는 쌍둥이를 버린 사람들이었고 일부는 기독교도들을 괴롭힌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감옥에서 코트마들에게 구타를 당하고 매일 아침 정부 건물들을 청소하고 백인 판사와 전령들을 위해 땔감을 마련해야 했다.

"벌금을 곧바로 내지 않는다면, 마을 지도자들을 우무루의 지체 높은 백인에게 데려가, 교수형에 처할 것이다."

치안판사는 구인 서넛을 데리고 사라졌다. 아프리카의 여러 지역에 문명을 전파하고자 여러 해 동안 노력한 끝에 그는 많은 것을 배웠다. 그 가운데 하나가, 치안판사는 나무에 목을 맨 남자를 내리는 것 같은 이런 품위 없는 사소한 일을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많은 생각 끝에 이미 책의 제목을 넣어 놓았다.

"니제르 강 하류 원시 종족의 평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