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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을 위한 기록

나누어진 하늘(민음사 세계문학전집) - 크리스타 볼프

 그녀를 찾아오는 사람들 모두가 그녀를 좋아한다. 그들은 그녀와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고 눈으로 그녀의 얼굴을 더듬었다. 창백하고 지쳤으니 이제 절망적이지 않은 얼굴을. 그녀는 이제 덜 운다. 대게는 밤에 온다. 그녀는 눈물을 다스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자신의 고통에 매달릴 생각은 전혀 없기 때문에 절망 또한 다스리게 될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는 천박하다고 그녀는 생각한다. 많은 점에서는 부끄럽기도 한다. 아무튼 다 지난 이야기다. 아직도 처리해야 할 게 있다면 이 절박한 느낌이다. 저것들이 나를 목표로 똑바로 달려오고 있구나 하는 느낌

 

 그를 잡아야 하는 사람은 늘 나인가 보다 하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즉시 나에게 어떤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의 얼굴은 언제까지고 지금 그대로일 것이며 그는 오늘 밤 안으로 나에게서 도망쳐 버릴 것이다. 그가 정말로 갔다. 그러나 그녀는 움츠린 그의 어깨를 보고 알았다. 자기가 그의 곁에 머무르리라는 것을 그가 알고 있음을.

 

 그는 자꾸자꾸 올라갔고 그러면서 자신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저게 아직 나일까? 그럴수록 그 말들의 의미는 점점 사라져 갔다. 절망에 찬 노력도 소용없었다. 그는 점점 더 거창한 말들을 사용하는 법을 배웠다. 그는 많은 것에 익숙해지는 법을 배웠고, 또한 명령하는 법도 배웠으며, 심지어는 달리 대답할 수 없을 때 대놓고 고함치는 법도 배웠다. "내가 그랬으리라고는 믿을 수가 없지? 그런 나를 봤어야 하는 건데!" 라고 그가 점점 격렬한 자조에 빠져들며 말했다.

 

 그럼 그가 옳았던 것일까? 그녀는 자문한다. 그는 늘 말했다. 오늘날 사랑은 불가능하다고. 우정도 이루어질 희망이 없다고. 우습지, 우리와 우리가 품은 소망들 사이에 있는 힘에 맞서다니. 그 전능한 힘을 우리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데 그래도 우리에게, 당신과 나에게 사랑이 이루어진다면 그렇다면 우린 아주 가만히 있어야 해. 그렇다면 우리는 늘'그래도'를 생각해야해. 운명은 시셈이 많거든. 그가 옳았던 것일까? 그리고 내가 틀렸떤 것일까? 우리 둘에 대한 나의 엄격함이 부자연스러운 것이었을까? 당신은 끝까지 버텨 내지 못할 거야 하고 그가 늘 말했다. 당신은 인생을 몰라. 그러나 그는 안다고 했지. 사람이란 금방 눈에 띄어 파멸 당하지 않으려면 보호색 한 가지쯤은 띠어야 한다는 것을 그는 알았다. 그는 그것을 알았고 그 점이 그를 외롭게 했다.

 

 그녀는 미소만 지었다. 갑자기 그들은 다시금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왜 자기들이 서로 사랑하는가를. 그녀가 예상했던 대로였다. 큰 괴로움으로 가득 찼던 밤들이며 힘든 결단으로 가득 찼던 낮들이 눈길 단 한 번에 녹아 버렸다. 가벱겨, 어쩌면 우연히 한 번 와 닿은 그의 손에

 

 그녀는 낮 내내 소모되었던 다정함이 저녁마다 엄청나게 커져 새롭게 나타나는 것을 본다. 그녀는 자기가 이따금씩 피곤해지고 이따금씩은 노엽고 화가 나리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그녀는 두렵지 않다. 모든 것을 상쇄 하는 것이있다. 즉 우리는 조용히 잠자는 데 익숙해진다는 것. 우리가 가득 찬 삶을 덜어 내며 살아간다는 것. 마치 삶이라는 이 기이한 재료가 넘칠 만큼 충분하기라도 하다는 듯, 마치 이 재료가 결코 다하지 않기라도 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