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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을 위한 기록

카탈로니아 찬가(민음사 세계문학전집) - 조지 오웰

 

 의용군에 입대하기 전날이었다. 나는 바르셀로나의 레닌 병영에서장교 탁자 앞에 서 있는 한 이탈리아인 의용병과 마주쳤다.

 

 우리와 교대하는 중대는 군장을 꾸리고 있었다. 그들은 석달 간 전선을 지켰다. 제복에는 진흙이 딱지처럼 말라붙었고, 군화는 해어졌으며, 얼굴에는 수염이 덥수룩했다. 진지의 지휘관은 레빈스키라는 이름의 대위였다. 그러나 모두 베냐민이라고 불렀다. 그는 폴란드에서 태어난 유대인이었다. 그러나 모국어는 불어였다. 베냐민이 호에서 기어나와 우리를 맞았다. 작은 키에, 스물 다섯 살 가량 되어 보이는 젊은이였다. 검은 머리카락은 억셌고, 창백한 얼굴은 열의로 가득했다.

 

 2월 어느 날 파시스트 비행기 한 대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기관총 한 대를 바깥으로 끌어다놓고 총신을 위로 치켜세웠다. 모두들 겨냥을 잘하려고 바닥에 드러누웠다. 고립된 우리 진지들은 폭격을 할 만한 가치가 없었다. 그날 밤 파시스트들은 설익은 공격을 했다. 나는 잠자리에 누워 반쯤 죽은 듯이 자고 있었다. 누군가 호에 대고 소리쳤다. "적의 공격이다!" 나는 소총을 움켜쥐고 내 위치로 올라갔다. 진지 꼭대기에 있는 기관총 자리 옆이었다. 완전한 암흑이었다.

 

 의용군 해체의 주 목적은 무정부주의자들이 자신들의 군대를 소유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나아가 의용군의 민주적 분위기 때문에 혁명적 사상들이 양성되고 있었다.  공산주의자들은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통일노동자당과 무정부주의자들이 시행하고 있는 모든 계급 간의 평등 보수 원칙을 쉴새없이 통렬하게 비난했다.

 

 "언제 공격하지? 왜 공격을 하지 않는거야?" 이것은 낮이나 밤이나 스페인 병사와 영국 병사가 한결같이 던지는 질문이었다. 전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보면, 병사들이 전투를 하고 싶어한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병사들은 전투를 간절히 원했다. 교착상황에서 모든 병사들은 세가지를 갈망한다. 전투, 더 많은 담배, 일주일 간의 휴가

 세계 노동 계급 운동에는 이미 위험한 분열이 일어나고 있다. 평생 사회주의에 헌신해 온 사람들에 대한 비난이 조금이라도 더 쌓이게 되면, 통일노동자당에 대한 혐의처럼 날조된 혐의들이 조금이라도 더 쌓이게 되면, 그 분열은 치유 불가능한 것이 될 수도 있다.

 

 경찰이 수색을 진행하는 방식은 소련의 비밀 경찰이나 독일 게슈타포의 방식과 같았다. 새벽에 문을 쾅쾅 두드린 다음 여섯 명의 남자가 밀려들어와 전등을 켜더니 사전에 약속이나 한듯 즉각 여러 장소로 이동했다. 이어 그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방과 목욕탕을 수색했다. 벽도 두드려보고, 현관의 배트도 들어올리고, 바닥도 살피고 커튼도 만져보고, 욕조와 레디에이터도 만져보고 그들은 쓰레기통에 든 서류까지 모조리 압수했다.

 

 느릅나무의 녹색 가슴, 오두막 정원의 참체비고깔. 이윽고 런던 외곽의 드넓고 평화로운 광야, 진창 같은 강물 위의 짐배, 낯익은 거리, 크리켓 시합과 왕족의 결혼을 알리는 포스터, 크리켓 투수 모자를 쓴 남자들, 트라팔가 광자의 비둘기. 모두가 영국의 깊고 깊은 잠을 자고 있다. 나는 때때로 우리가 폭탄의 굉음 때문에 화들짝 놀라기 전에 결코 그 잠에서 깨어나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