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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을 위한 기록

연인(민음사 세계문학전집) - 마르그리트 뒤라스

연인 - 마르그리트 뒤라스

이 소설은 작가가 '베트남'이라는 이색적인 환경에서 겪은 어린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자전적 소설입니다. 주인공 소녀는 부유한 중국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가난한 환경에 대한 절망으로 무기력해진 어머니, 마약과 노름에 빠져 난폭한 큰오빠 등 불우한 환경을 외면하기 위해 그 남자와의 관계에 광적으로 몰입합니다. 이를 다룬 소설입니다. 기억에 남는 몇 구절 소개하겠습니다.

1. 나의 삶은 아주 일찍부터 너무 늦어 버렸다. 열여덟 살에 이미 돌이킬 수 없이 늦어 버렸다. 열여덟 살과 스물다섯 살 사이에 내 얼굴은 전혀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변해갔다. 열여덟 살에 나는 늙어 있었다.

2. 나는 그때 나 자신이 무서웠고, 하느님이 두려웠다. 낮 동안에는 죽음이 나타나도 덜 무섭고 덜 심각했다. 그런데 죽음은 나에게서 떠나가지 않았다. 나는 큰오빠를 죽이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그를 죽이고 싶었고, 한 번만 딱 한 번만 그를 이기고 그가 죽는 것을 보고 싶었다. 어머니의 면전에서 그녀가 사랑하는 그 아들을 제거해 버림으로써, 큰아들을 그렇게도 편애한 어머니를 벌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3. 나는 더 이상 원주민용 버스로 여행하지 않게 될 것이다. 앞으로는 리무진이 나를 학교에 데려가고 기숙사에 데려다 줄 것이다. 나는 시내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장소에서 저녁을 먹게 될 것이다.

4. 우리 집에는 잔치도, 크리스마스트리도, 수놓은 손수건도, 꽃도 없었다. 그뿐 아니라 죽은 사람도, 묘지도, 그와 관련된 기억도 없다. 오직 어머니만이 유일하게 존재한다. 큰 오빠는 영원히 살인자로 남을 것이고, 작은오빠는 큰오빠로 인해 영원히 죽은 자로 남을 것이다. 나는 떠났고, 그들에게서 빠져나왔다. 죽을 때까지 큰오빠는 어머니를 독차지했다.

5. 우리는 속내 이야기를 한 적이 거의 없었다. 큰오빠에 대해, 우리의 불행이나 엄마의 불행에 대해, 그리고 평야의 재난에 대해서는 더더욱 말하지 않았다.

주인공의 마음을 솔직하게 써내려가감정이입이 더 잘 되는 소설이었습니다. 주인공 소녀의 생각과, 소녀와 중국남자와의 욕망을 진솔하게 나태내고 있습니다. 남자와 소녀의 관계에서 소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자극적이기도 해서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습니다. 소설을 읽으며 글의 위대함을 한번 더 느꼈습니다. 글자가 모여 사람의 감정을 움직인다는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