벅은 눈을 번쩍 떴다. 그의 눈에 납치된 왕의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이글거렸다. 사내는 얼른 벅의 목을 낚아채려고 달려들었으나 이번에는 벅이 더 빨랐다. 벅의 입이 사내의 손을 꽉 물었다. 벅은 다시 한 번 숨이 막혀 정신을 잃을 때까지 물고 있는 입을 벌리지 않았다. "듣던 대로 발작을 일으키는군요." 소란을 듣고 온 수화물 차장에게 사내는 상처 난 손을 감추며 말았다.
벅은 예전의 까다로운 습관을 곧 잊었다. 우아하게 먹으면 먼저 다 먹은 동료가 그의 남은 음식을 강탈했다. 그것을 막을 길은 없었다. 그가 두세 놈들과 싸우고 있으면 어느새 다른 놈들의 목구멍이 그 음식을 먹어 치웠다. 그도 다른 놈들 만큼 재빨리 먹어 치우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너무 심하게 굶주려서 이제는 남의 것을 넘보는 짓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남들을 지켜보고 배웠다.
삶에는 그 이상 올라갈 수 없는 어떤 정점을 나타내는 환희가 있다. 그런 것이 살아 있음의 역설이다. 그 환희는 살아있기에 찾아오지만 살아있음을 완전히 망각할 떄에야 찾아온다. 그 환희, 살아 있음의 망각은 감흐의 불꽃 속에서 자아를 잊는 예술가에게 찾아온다. 그리고 싸움터에서 전쟁에 미쳐 자아를 잊고 생존을 거부하는 군인에게 찾아온다. 달빛 속에서 번개처럼 앞질러 가는 살아 있는 먹이를 잡기 위해 늑대의 오래된 울음소리를 내며 앞장서서 달려가는 벅에게도 바로 그 환희가 찾아왔다.
벅의 내부에서 피에 대한 갈망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해졌다. 그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안혹 오로지 자신의 힘과 수완으로 살아 있는 동물들을 잡아먹고 사는 맹수였다. 오직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적의에 찬 세상에서 용감하게 살아남는 살인자였다. 이 모든 것 덕분에 그는 자신감이 넘쳤으며 그것이 몸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자신금은 움직임 하나하나에서 풍겼고 근육 하나를 움직일 때도 나타났으며 행동을 통해서도 명빅해 의사를 표시했고 세상 어느 것보다 더 윤기 도는 반들반들한 털에도 그 영광이 나타났다.
벅은 크고 하얀 개의 목에 이빨을 깊숙이 박으려 했으나 헛수고였다. 그의 송곳니가 부드러운 살점을 파고들려 할 때마다 스피츠의 송곳니가 반격을 가했다. 송곳니와 송곳니가 부딪치고 입술이 찌어지고 피가 흘렀지만 벅은 적의 방어를 뚫을 수 없었다. 피가 끓어오른 벅은 스피츠를 사방에서 돌풍처럼 공격했다.
죽음의 공포가 무겁도 칙칙하게 몰려왔다. 이제는 더 이상 발가락이나 손가락이 얼고 손이나 발을 잃는 문제가 아니라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였다. 삶보다 죽음의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공포가 그의 폐부를 재빨리 통렬하게 찔렀다. 광적인 두려움에 휩싸인 사내는 몸을 돌려 희미하게 드러난 오래된 길을 따라 강바닥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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