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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을 위한 기록

반쪼가리자작(민음사 세계문학전집) - 이탈로 칼비노

 시트를 잡아당기자 무심쉬하게 부서진 자작의 몸이 보였다. 한쪽 팔과 다리가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한쪽 팔과 다리 사이에 있어야 할 가슴과 복부가 모두 달아나고 없었다. 포탄을 정면으로 맞아 가루가 되어 날아가 버린 것이다. 머리에는 한쪽 귀, 한쪽 뺨, 한쪽 코, 입 반쪽, 이마 반쪽 그리고 턱이 반쪽 남아 있었다. 몸의 다른 반쪽은 죽처럼 흐물흐물해졌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몸의 반쪽, 즉 오른쪽만 남았고 남은 부분은 거의 완전하게 보존되어 있었다. 몸이 두 쪽으로 갈라져 왼쪽이 없어져 버릴 정도로 그렇게 큰 부상을 당했는데도 오른쪽은 찰과상 하나 없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렇게 해서 모든 사람들이 둔감해서 모르고 있는 자신들의 완전성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거야. 나는 완젆. 그리고 내게는 모든 것을 공기처럼 자연스럽고 막연하고 어리석어 보여. 나는 모든 것을 볼 수 있다고 믿었는데 그건 껍질에 지나지 않았어. 우연히 네가 반쪽이 된다면 난 너를 축하하겠다. 얘야, 넌 온전한 두뇌들이 아는 일반적인 지식 외의 사실들을 알게 될 거야 너는 너 자신과 세계의 반쪽을 잃어버리겠지만 나머지 반쪽은 더욱 깊고 값어치 있는 수천 가지 모습이 될 수 있지. 그리고 너는 모든 것을 반쪽으로 만들고 너의 이미지에 맞춰 파괴해 버리고 싶을 거야. 아름다움과 지혜와 정당성은 바로 조각난 것들 속에만 있으니까."

 

 "성으로 가자. 네가 살 탑을 마련해 두었다. 너는 그곳의 유일한 여주인이 될 수 있어."

 "당신은 저를 그곳에 가두고 싶어 해요. 그리고 아마도 절 불태워 죽이거나 쥐들이 물어뜯어 죽이게 할 거예요. 싫어요ㅡ 싫어요. 제가 말했잖아요. 당신이 원하시면 전 당신 것이 될 수 있어요. 하지만 그건 여기 이 솔잎들 위에서예요."

 

 그렇게 해서 외삼촌은 사악하지도 선하지도 않은, 사악하면서도 선한 온전한 인간으로 되돌아왔따. 표면적으로는 반쪽이 되기 전과 달라진 점은 없었다. 그러나 그에겐 두 반쪽이 재결합 된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아주 현명해질 수 있었다. 그는 행복한 생활을 했고 많은 자녀를 두었으며 올바른 통치를 했다. 아마도 우리는 자작이 온전한 인간으로 되돌아 옴으로써 놀랄 만큼 행복한 시대가 열리리라 기대햇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세상이 아주 복잡해져서 온전한 자작 혼자서는 그것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