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런 생각을 가진 다이스케는 물론 겁쟁이다. 하지만 겁쟁이라서 창피하다는 생각은 아예 없었다. 어떤 떄는 스스로를 겁쟁이라고 자처하고 싶을 정도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부추기는 바람에 한밤중에 일부러 아오야마 공동묘지까지 간 적이 있다. 무서움을 참으며 한 시간쯤 있다가 더이상 참을 수 없어서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집에 돌아왔다. 그때는 스스로도 분한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아버지로부터 비웃움을 당했을 때는 아버지가 밉기까지 했다.
2. "난 실패했지. 그러나 실패는 했을망정 아직 일하고 있어. 또한 앞으로도 일할 생각이지. 자네는 내가 실패한 것을 보고 비웃고 있어. 실제로 비웃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결국은 비웃은 셈이나 마찬가지지. 자네는 단지 생각만 하고 있어. 생각만 하다 보니 관념 속의 세계와 현실세계를 따로따로 분리시킨 채 살아가고 있는 거야. 이런 엄청난 부조화를 감내하고 있는 것 자체가 이미 겉으론 드러나지 않는 크나큰 실패가 아닐까?
3. 다이스케는 인류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속으로 서로를 모욕하지 않고서는 감히 서로에게 접촉할 수 없는 현대 사회의 양상을 20세기의 타락이라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요즘 들어 갑작스레 팽만해진 생활욕이 도의심의 붕괴를 초래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또한 그것을 신구의 가치관의 충돌로 간주했다.
4. 평소 다이스케는 만일 감자를 다이아몬드보다 소중히 여기게 된다면 인간은 끝장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앞으로 아버지의 노여움을 사서 금전상의 관계가 끊어지게 된다면 그는 싫어도 다이아몬드를 내던지고 감자에 매달려야 한다.
5. 그는 자신의 용기와 담력에 스스로 놀랐다. 그는 이제까지 열정적인 것을 싫어하고 위험한 일에 접근하려 하지 않으며 도박을 좋아하지 않는 신중하고 태평스러운 신사라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었다. 도덕적으로 치명적인 비겁한 행동은 아직 저지른 적이 없지만, 겁쟁이라는 자각은 좀처럼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6. 담배 가게 입구에 쳐놓은 포렴이 빨갰다. '대매출'이라고 쓰여 있는 깃발도 새빨갰다. 전신주가 빨갰다. 빨간 페인트칠을 한 간판이 계속 이어졌다. 나중에는 세상이 온통 새빨개졌다. 그리고 다이스케의 머릿속을 중심으로 해서 뱅글뱅글 불길을 내뿜으며 회전했다. 다이스케는 머릿속이 다 타버릴 때까지 계속 전차를 타고 가겠노라고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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