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진산사건이라는 정국 현안을 다른 것으로 바꾸려는 정조의 의도를 말해 주고 있었다. 진산 사건이 정국 현안이 되면 반드시 천주교 금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었다. 정조는 그것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는 비단 우익인 남인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정치적 이해관계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다. 조선은 이제 성리학 유일사상 체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신념 차원의 문제였다. 그 누구보다 서양의 과학기술 서적을 많이 읽었던 정조는 성리학 유일사상 체제로는 조선이 더 이상 미래로 나갈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정조는 재위 17년 5월 25일 남인 영수 채제공을 영의정에, 노론 영수 김종수를 좌의정에 제수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탕평책을 표방했으나 숙종 20년의 갑술환국 이후 무려 100년 만에 남인 수상이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영의정 채제공은 사흘 만에 사직상소를 올리면서 지난해 5월 22일 하교를 계기로 금기가 된 사도세자 문제를 다시 제기해 정국을 급랭시켰다. 채제공이 목도한 대로 정조는 피눈물이 흐르는 한을 간직한 임금이었다. 그러나 그 한을 극도의 의지로 억제해야만 하는 운명이었다. 채제공은 선왕의 유훈 때문에 정조가 한을 풀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이 유훈 문제를 넘어서야 비로소 사도세자 신원에 나설 수 있을 것이었다. 채제공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전면에 내세웠다.
정조가 장용위를 장용영이란 하나의 군영으로 확대 재편한 때는 재위 17년이었다. 국왕 친위부대인 장용영은 서울에 주둔하는 장용영과 수원에 주둔하년 장용외영의 둘이 있었는데 장용외영이 바로 수원 화성을 염두에 두고 만둔 군문이었다. 노론이 장용영 강화에 의구심을 나타냈따. 여러 차례 암살 위협을 겪은 임금이 호위를 강호하겠다는데 하지 말라고 할수도 없었다. 그래서 노론은 예산 문제를 제기했다. 호위군대 창설을 대놓고 반대할 수 없으니까 예산 부족을 이유로 반대했던 것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언제나 반드시 일과를 정해 놓고 글을 읽었다. 병이 났을 때를 제외하고는 일과를 채우지 못하면 그만두지 않았고, 음금이 된 뒤에도 폐지하지 않았다. 저녁에 신하들을 만난 후에 깊은 밤까지 촛불을 켜놓고 책을 읽어 하루 일과를 채우고 나서야 잠을 자야만 비로소 편안하다 <<일득록>>
지금 좁은 이곳을 버리고 다른 서늘한 곳으로 옮김녀 또 거기에서도 참고 견디지 못하고 필시 다시 더 서늘한 곳을 생가갛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만족할 때가 있겠는가. 능히 이를 참고 견디면 바로 이곳이 서늘한 곳이 된다. 이로써 미루어 나간다면 만족할 줄 안다는 두 글자가 해당되지 않는 곳이 없다. 그러나 학문 공부와 평치의 도만은 조그만 환성으로 만죽할 줄 알아야 된다고 하면 안된다. 더욱 힘써 정진하면서도 언제나 부족함을 탄식하는 생각을 가져야 될 것이다. <<일득록>>
중국인 신부 입국 사실이 알려지자 조정은 경악에 휩싸였다. 노론은 쾌재를 불렀다. 드디어 남인들을 공격할 기회를 다시 잡은 것이엇다. 그렇잖아도 이 무렵 노론은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지난봄 정조는 판중추부사 채제공을 좌의정, 이가환을 공조판서, 정약용을 우부승지로 삼는 등 남인들을 대거 요직에 임명했다.
예조에서는 이미 정순왕후의 수렴청정 절목을 정해서 올렸다. 정순왕후가 수렴청정하는 근거는 송나라 철종이 어린 나이로 즉위하자 선인태후가 섭정했던 것과 조선 세조의 부인 정희왕후가 어린 성종을 대신해 섭정했떤 데서 찾았다. 정순왕후의 인사권은 전광석화와도 같이 수행되었다. 순조가 즉위하는 당일 주요 자리를 갈아치운 정순왕후는 이제 반동을 꿈꾸었다. 정순왕후와 노론 벽파의 정권 재장악은 조선 전체의 재앙이었다. 노론의 정권 장악으로 조선은 과거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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