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잠시 한 호흡 돌리고 다시 가파른 길을 오르면 이내 다산초당이 보인다. 이름은 초당이라고 하였거만 정면5칸 측면 2칸의 팔작기와 지붕으로 툇마루가 넓고 길며 방도 큼직하여 도저히 유배객이 살던 집 같지가 않다. 나도 본 일이 없지만 실제로 이 집은 조그만 초당이었다고 한다. 그것이 무너져 폐가로 된 것을 1958년 다산유적보존회가 이처럼 번듯하게 지어놓은 것이다. 다산을 기리는 마음에서 살아 생전의 오막살이를 헐고 큰 집을 지어드린 것이라고 치부해보고도 싶지만, 도무지 이 좁은 공간에 어울리지 않는 크기여서 그것이 못마땅하다. 더군다나 예비지식 없이 온 사람들은 유배객 팔자가 늘어졌다는 생각만 갖고 가니 이것은 허구 중의 허구이다.
다산초등을 찾은 답사객은 어둡고 습한 초당에 오래 머물지 못한다. 너나없이 동암 바로 앞에 있는 처닝ㄹ각으로 빠져나가 거기서 멀리 훤하게 내려다보이는 구강포를 바라보며 쾌재를 부른다. 그 풍광의 시원한 눈맛이란 가보지 않은 자에겐 설명할 길이 없다. 정약용 유배시에는 천일각 건물은 없었다. 다만 그분도 독서와 저술에 지치면 초당과 동암을 나와 이 자리 어느 그루터기나 바윗등에 앉아 속마음을 후련히 씻어주는 바다를 보며 생각에 잠기기도 했을 것 같다. 이제는 세상의 편의가 있어 그 자리에 넓고 편한 정자가 세워졌으니 우리는 거기에 앉아 긴 난간에 기대어 그분을 위한 묵상에 잠겨볼 일이다.
유선관을 내가 자주 찾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이 집의 누런 개 '노랑이' 때문이다. 지금 노랑이의 어미는 3년 전에 죽었는데 그 어미 이름도 노랑이였다. 순종 진도개였던 어미 노랑이가 5년 전에 옆집 누렁이와 붙어서 낳은 것이 지금의 노랑이인 것이다.
수덕사가 아무리 망가졌어도 거기에 대웅전 건물이 건재하는 한 나는 수덕사를 무한대로 사랑한다. 이 대웅전 하나만을 보기 위하여 수덕사를 열번 찾아온다 해도 그 수고로움이 아깝지 않다. 수덕사 대웅전은 고려 충렬왕에 건립된 것으로 현재가지 정확한 창건연대를 알고 있는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이다. 이를 기준으로 하여 건축가들은 부석사 무량수전, 안동 봉정사 극락전, 강릉 객사문 등 고려시대 건축의 양식과 편년을 고찰한다
그러나 1866년 대원군의 천주교 박해 때 해미읍서은 감옥소가 되었다. 그때의 모습은 우리가 영화 미씽에서 칠레의 시민들을 국립경기장으로 몰아넣은 장면으로 번안하여 연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려 1천여 명이 처형된 형장으로 이용되었다. 그래서 끌려온 수도 그렇게 많았는데 읍성 안의 한 고목나무가 그 처형장이었고, 처형되기를 기다리는 천주교들은 자신이 죽는 것보다 남 죽는 것 보기가 더욱 괴로워 먼저 처형되기를 원했다는 처절한 사연이 거기에 있다.
1235년 몽고군의 3차침입은 4년간에 걸쳐 국토를 유린했다. 경주를 불바다로 만들어 황룡사 구층탑을 태워버린 몽고군은 황룡사의 대종이 하도 탐이 나 이것을 원나라로 가져갈 계획을 세웠다. 대종은 에밀레종보다 4배나 되는 무게였다. 이 거대한 약탈작전은 바닷길이 아니고서는 운반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어 지금 우리가 넘어온 길로 끌고 와서는 강에 뗏목을 매어 바닷가로 운반하는 방법을 취하게 되었다. 그러나 봉길리 바닷가에 거의 다 왔을 때 그만 물 속에 빠뜨렸다. 대종은 물살에 살려 동해바다 어디엔가 가라앉고 이후 이 내를 대종천이라고 부르게 됐다. 지금도 이곳 사람들은 파도가 거센 날이면 바닷속에서 종소리가 울리는 것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일제 때부터 요즘까지 대종을 찾겠다는 사람들이 심심치않게 나오고 있다.
소쇄원 원림은 결국 자연의 풍치를 그대로 살리면서 곳곳에 인공을 가하여 자연과 인공의 행복한 조화공간을 창출한 점에 그 미덕이 있는 것이다. 소쇄원에 설치된 집과 담장 그리고 화단과 물살의 방향바꿈 그 모두가 인공의 정성과 공교로움을 다하고 있지만, 그 사람의 손길들은 자연을 정복하거나 자연을 경영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자연 속에 행복하게 파묻히고자 하는 온정을 심어놓은 모습이기에 우리는 조선시대 원림의 미학이라는 하나의 미적 규범을 거기서 배우고 감탄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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