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손과 홍인한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었다. 타협점은 있을 수 없었다. 세손은 사도세자의 아들이기 때문이었다. 홍인한 측은 13년 전 사도세자를 제거하기 위해 썼던 방법들을 다시 사용했다. 화완옹주의 양자 정후겸, 숙의 문씨의 오빠 문성국과 결탁하여 세손이 몰래 미행하며 금주령 중인데도 술을 마셨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정순왕후와 그 오라비 김귀주도 다시 나섰다. 세손은 극도로 긴장했다. 왕위를 둘러싼 싸움이자 목숨을 건 싸움이었다. 즉위에 실패하면 곧 죽음이었다. 대신들은 모두 세손의 반대편인데 반해 세손을 지지하는 세력은 세손궁의 사서 홍국영과 정민시 등 극히 일부뿐이었다. 세손이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이 불리한 난국을 돌파해야만 했다.
노론은 일단 안심했다. 사도세자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단행하지 않겠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정조는 이 문제에 대해 침묵했다. 그러나 정조가 거론하지 않는다고 해서 없어질 문제가 아니었다. 사도세자 살해와 정조 즉위 방해는 별개의 사건이 아니었다. 앞면에는 사도세자가 있고, 뒷면에는 정조가 있는 동전의 양면이었다. 두 사건 모두 현재진행형이었다. 국왕의 즉위를 방해한 사건은 그 자체로서 대역이었다. 그러나 조정의 누구 한 사람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고, 정조 또한 침묵하고 있었다.
홍국영은 드디어 자신의 포부를 펼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정조 즉위 초 홍국영은 두 가지 목표를 세워 놓았다 하나는 두 외척을 제거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정조와 소론, 남인을 떼어 놓는 것이었다. 홍국영은 집권 초 정조 즉위 방해 사건을 구실로 풍산 홍씨 가문을 축출하고, 김귀주가 혜경궁 병환 때 문안하지 않았다는 구실로 경주 김씨 가문도 축출했다.
정조는 신분이 아니라 능력에 따라 인재가 발탁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주 부열과 여상에 대해 언급했다. 규장각은 양반들도 선망하는 최고의 관청이었다. 당시 조정 기구들로는 조선을 변화시킬 수 없다고 생각한 정조가 만든 새로운 조직이 규장각이었다. 겉으로 표방한 설립 목적은 역대 선왕들의 장서와 초상인 어진 등을 보관하는 기구였다. 정조가 규장각을 선왕의 유물을 보호하기 위한 관청이라고 말한 것은 새 기구 설치에 대한 노론의 의구심을 약화시키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해서 정조는 하나 남은 이복동생을 보호할 수 있었다. 군주이면서도 이복동생 한 명을 보호하기 위해 단식까지 해야 하는 것이 정조의 현실이었다. 언제라도 정순왕후의 명만 있으면 총궐기할 준비를 갖추고 있는 노론 세력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 정조는 노론 이외의 인물들을 키우는 것이 이런 정치 지형을 바꾸는 근본 대책이라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정조는 남인들을 주목했다. 남인들을 중용해 국정의 파트너로 삼으려고 한 것이다. 그래서 기회 있을 때마다 남인들을 등용하려 하였다. 그러나 남인들은 달은 문제로 발목이 잡혀 있었다. 바로 천주교였다.
남인들의 우려대로 천주교 문제를 남인 제거용으로 이용하려 한 것은 집권 노론이었다. 정조의 후의로 세를 넓히고 있는 남인들에게 위기감을 느끼고 있던 노론은 처주교가 정조와 남인들을 공격할 수 있는 좋은 소재임을 간파했다. 을사추조적발사건이 발생하자 성균관 태학생들이 가장 먼저 천주교를 공격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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